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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나라 이명박도 그까짓 민주주의 할 수 있다
서프라이즈 | 초모룽마 | 2008.11.01


워터게이트에서 진실, 곧 자본의 성격은 세 번씩이나 은폐되었다.

첫 번째는 사건 자체의 은폐이고, 두 번째 은폐는 워터게이트가 미국식 '민주주의' - 매년 1, 2만 명이 죽어나가게 하는 총기류 하나 어찌하지 못하는 - 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 즉 '민주주의로 통제되어야 할 자본주의가 고장 났다'는 사실이 폭로된 게 아니라, 단순한 '개인적 스캔들'에 불과한 것이라는 평가다.

세 번째이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워터게이트로 닉슨이 몰락하고 새 대통령(포드)의 취임과 함께 소위 '질서가 회복되었다'는, 즉, '미국식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는 제 논 물대기 식 은폐다. 지 꼴리는 대로 해몽한 것이다.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이것이야말로 워터게이트의 진짜배기 스캔들이다. 워터게이트는 결국 미국의 '도덕과 정치적 원칙'은 죽지 않았다는 서사를 보여주고자 "만들어진" 스캔들에 불과하다. 이것을 주도한 것은 물론 자본권력과, 특히 미디어다.

자기 입맛대로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미디어의 욕구는, 워터게이트 발생 4년 전 프랑스의 '5월 항쟁'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미디어는, 학생 봉기로 촉발된 항쟁을 불붙이는 역할을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배신을 때린다. 일반인들이 학생들에 동조하겠다는 결심을 굳혔을 때, 미디어는 "다양한 다른 선택도 가능"하며, "우리는 '자연스런 리듬'(워터게이트에서 미디어가 외친 '질서회복'과 동의어다.)을 회복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혁명의 열기는 급속히 가라앉았다.

보드리야르는 이때 깨달았다. "길거리에서 발견한 이상적 의사소통 방식은 매스미디어에서도 가능할 것 같지만, 그러한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 미디어는 응답을 가로막는다." 다시 말해, 매스미디어는 일방적 의사소통 양식이기 때문에 쌍방향 소통은 불가능하다. 보드리야르는 미디어의 행태가, 학생들이 들고일어난 주요 원인인 드골식 교육 - 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체제가 주입되는 - 구조와 똑같다고 본다.

***

지난여름 우리가 촛불의 시청, 광화문 거리에서 본 것을 보드리야르는 1968년의 파리 거리에서 봤다. 보드리야르는,

"그 5월에 진정으로 혁명적이었던 매체는 벽보와 즉석연설, 포스터, 손으로 쓴 대자보, 즉석에서 승인 또는 거부되고 질문과 응답이 오가며 동일한 시공간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이었다. 그 길거리는 매스미디어의 대안이자 그것을 전복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원근법이 소실되어 누구와도 가까이할 수 있었던 그 길거리와는 반대로, 매스미디어와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체제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간격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어델 감히!

우리는 촛불 때 미디어들이 한 일과, 그 미디어를 통해 쏟아낸 지식인들의 '말'들을 알고 있다. 그때, 세상은 두 부류의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하나는 촛불을 직접 들어본 지식인(대표적으로 진중권이다.)과 대체 미디어(아프리카, 아고라 등 인터넷)다. 다른 부류는, 촛불을 들지 않았거나 옆에서만 지켜본 지식인(대표적인 인물 누구?)과,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사이비 미디어다.

촛불을 든 모든 사람들, 특히 구식이지만 매우 익숙한 매스미디어류 소통방식밖에 모르는 사람들은 크게 깨달았다. 이런 소통 방법, 진짜 민주주의!

참여하지 않은 군상들은 달리 본다. 조중동식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촛불이 활활 타오를 때(가령 6.10일의 100만 촛불)는 워터게이트의 미디어들처럼 '질서회복'을 외친다. "촛불도 좋지만, 거리로는 나서지 말자!"라든가, 또는 프랑스 미디어처럼 "다양한 다른 의사표시 방법도 있다."라고. 그러다 촛불이 사그라들라 치자, 어조가 홱 바뀐다. "폭도들, 거리의 인민재판"이라고 말이다. 촛불을 옆에서만 지켜본 지식인들은 어떻게 반응했는가. 대표적인 것,

"우리는 촛불을 통해 직접민주주의의 희망을 봤다(이건 분명 립서비스다), 그러나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서 대의민주주의에 맡겨보자"

대표적 진보학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의 전공은 '민주주의'다. 그에게는 한나라당과 이명박으로 대변되는 작금의 '민주주의'에서도 어떤 희망이 보였던 모양이다. 최장집이 본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현실일까, 환상일까. 아니면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별되지 않는 또 다른 무엇('하이퍼리얼')일까?

***

보드리야르는 '현대인의 소비' 분석으로 유명한 데,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어떤 사물을 소비하는 것은 그것이 유용한 쓰임새를 갖고 있기 때문도, 구체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도 아니다(상품은 더 이상 '고유의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 사물을 통해 진짜로 소비되는 것은 사람들의 꿈과 욕망이다.

가령, 사람들이 스포츠카를 사거나 (살 능력은 안 되더라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그것이 상징하는 '절대적 속도' 때문이지, 실제로 그것을 타고 체증에 갇힌 도로를 달리려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카를 소비하려는 사람에게 속도는 '절대화' 된다. 즉, 그 사람의 (마음속에서) 스포츠카는 실제 속도(20~30km의 시내 주행속도)로 절대 '퇴화'하지 않는다(그러려면 뭣 때문에 스포츠카를 샀겠는가). 이 스포츠카는 앞서 말한 '하이퍼리얼' 쯤에 속한다. 동의하는가?

최장집 교수가 저 유명한 말을 던졌을 때, 그의 머릿속에 있던 민주주의는, 말하자면, '하이퍼리얼'이다. 최장집이 외친 '대의민주주의'의 민주주의는 그 소비자인 촛불들의 구체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전공자인 그의 꿈과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그의 '대의'민주주의는 절대화된 것이라서, 촛불이라는 실천적 참여 민주주의로 퇴화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그렇게 되는 꼴을 보려고 돈들여 민주주의를 공부한 것이 아니다!) 

최장집에 의해서 절대적이 된 민주주의는, 딴나라당이나 이명박류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그런 민주주의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 최고의 진보학자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들을 믿고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했겠는가.

***

보르헤스의 우화 <과학의 정확성에 대하여>에서는 "제국의 지도 제작자들이 극도로 정밀한 지도를 만들어서 결국은 지도가 제국의 영토를 거의 덮어버리고 만다." 거기에서 지도와 현실은 더 이상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지도는 어떤 의미에서는 현실만큼이나 현실적이다.

네비게이션의 놀라운 성능은 운전자들로 하여금, 곧잘 네비와 현실을 혼동하게끔 한다. 즉, 네비에 없는 것은 바깥의 현실에도 없는 것이다(없는 것처럼 보인다). 네비는 현실의 재현(모델)일 뿐인 데, 그 관계가 이제 전도될 참이다. 모델이 현실이 되고, 현실과 모델 중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헷갈린다.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디즈니랜드는 현실의 미국이 실은 죄다 디즈니랜드라는 것을 은폐하는 것이다. 즉, 디즈니랜드는 디즈니랜드를 둘러싼 미국 전체가 하이퍼리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 매일같이 헬기로 생방송 되는 경찰과 용의자와의 자동차 추격전은 영화인가 현실인가. 포르노그라피는, 9.11의 충격적 영상은 실제인가, 아니면 연출된 것인가 - 감추고, 사람들로 하여금 (환상적인) 디즈니랜드 이외의 나머지 것은 현실이라고 믿게끔 한다는 것이다.

마치, 감옥이라는 존재 때문에, 사람들이 사회 내에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이 은폐되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범죄자들을 감옥에 가두어두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들이 살아가는 사회와 감옥의 유사성을 보지 못 하기(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스스로 자유롭다고 느낀다. 푸코는 묻는다. 감옥 밖의 사람들, 그들은 진정 자유로운가?


▲ 여기는 감옥이 아니다 뉴욕이다.

디즈니랜드 얘기는 약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미국은 전쟁과 영화, 그 중 어느 것이 진짜인지 아리송한 곳이기도 하다. 코폴라는 자신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리얼'하게 만들기 위해 (촬영장소인) 필리핀 숲 속에 실제 네이팜탄을 쏟아 부었다.

설마가 아니다. 베트남 전쟁 때 실제 사용되었던 네이팜탄의 '특수효과'를 진짜로 재현한 것이다. 미국의 첨단 군사기술(새로운 권력의 통치기술)이 자기들의 위력을 과시할 겸, 모든 것을 "석기시대로 돌려 놓는" 위력을 가진 이 고성능 폭탄의 '스펙타클'을 베트남에서 시위했다면, 코폴라는 똑같은 폭탄을 가지고 영화의 스펙타클을 배가시키기 위해 특수효과를 시험한 것이다. 어느 것이 전쟁이고 어느 게 영화인가?

***

보드리야르가 쓴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에는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CNN 본사의 앵커가 "XXX 특파원, 현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라며 특파원들에게 마이크와 카메라를 넘겼을 때, 그 '현지' 특파원들도 '이라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알아보기 위해 CNN을 시청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뉴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뉴스다.

▲ 손을 만들어내는 건 손

CNN류의 선전선동은 실제의 일을 왜곡하여 재현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구성(프로그램화) 한다는 점이다. 가령, 악의 제국인 소련이나 사담 후세인의 붕괴는 실제로 발생하리라는 것을 미디어의 소비자들에게 확신시키는 게, 선전 선동이다.

지난 대선에서 조중동의 이 선전선동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넘어갔다(안 넘어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리고 아직도 이명박에 지지를 보내는 20%대의 사람들도 여전히 있다. 이제나 그때나 그 사람들이 확신했고 확신하고 있는 것은, '노무현이 나라를 절딴 냈으며', 이명박은 그 '절딴 난 나라를 살려낼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한나라당의 떼쓰기만 빼고는) 실제로는 나라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말짱하게 보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조중동이 프로그램화 한대로 행했고, 당했다. 조중동이 꾸며낸(가짜로 재현해낸) 것을 리얼리티로 믿어버린 것이다. 지금은 정도가 확 줄었지만, 그때는 정말 조작된 현실과 리얼리티의 경계가 - 이명박을 찍은 사람들에게는 - 모호했었다. 마치, 미국에 의해 프로그램된 걸프전이 진짜 '자유 수호를 위한 영웅적인' 전쟁인 것처럼 미디어에 소개된 것과 같다.

걸프전이 입증한 것은, "전 세계를 순환하는 투기 자본이 육안으로 돈을 확인하지 않고도 거래되듯이, 전쟁 또한 추상적, 전자적 공간 내에서 가상적 수행만으로(또는, '보이지 않는' 스텔스를 통해서)", 땅을 딛고 하는 전통적 의미의 실제 전투만큼 충분히 - 권력들이 바랐던 -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걸프전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에서도 전쟁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려는 자기 시험?

그 시험은, 그러나 이라크 전쟁에서 바그다드 점령 전의 시작과 함께 끝장났다. 깔끔하고, 버츄얼 게임 같이 즐기던 전쟁은 사라지고 추악한 시가지 전투의 리얼리티로 되돌아온 것이다.

***

많은 미국사람들이 이제야 그 현실을 확인하고 있지만 아직도 30%의 미국인들이 아버지 부시가 수행한 '환상적인 걸프전'을 잊지 못하고 아들 부시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8개월 동안 이명박의 진짜 수준 - 천박, 경박, 쪽박 - 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믿고 기다려보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중동에 의해 요구받은 대로, 이명박이 실업 해소하고, 아파트값 올려주고 서민 챙겨주고 사교육 문제를 말끔히 해소해주며, 747 타게 해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게 그렇지 않다는 리얼리티는 이미 충분하다 못해 넘치고 있는 데.

아직도 묻지마들은(딴나라당의 재보선 '기적'들을 연거푸 만들어준 사람들은) 조중동이 프로그램화에 나서면서 내심 기대했던 반응에, 매우 충실하고 충직한 소비자들이다. TV 프로그램의 방청객들이 방송국에서 의도했던 그대로 반응하듯 말이다.

그들은 '가짜 리얼리티' 청계천과 - 청계천을 진짜 신화로 보는 사람은 아직도 수두룩하다 - 복잡다단하게 얽혀 들어가는 구체적인 현실인 경제를 구별하지 못한다. 이들에게 경제는 열심히 땅만 파면 되는 간단하기 그지없는, 일종의 환상이다. 이것이 조중동이 그들에게 심어놓은 하이퍼리얼이다. 이 하이퍼리얼은 옳고 그름 따위에는 관심 없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잘 작동하느냐 마느냐 - 즉, 투기할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돈이 되느냐 마느냐 -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진짜 성격을 감쪽같이 은폐할 수 있느냐 없느냐….

말라네시아 원주민들은 비행기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백인들의 '기적적인 풍요'의 행복을 자기들도 누려볼까 해서, 산속에 비행기 비슷한 모양의 물건을 만들어놓고 이제나저제나 선물이 하늘에서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이명박 당선 후, 많은 사람들은 뉴타운의 꿈에 부풀었고 대운하 근처의 땅에 눈독을 들였다. 이명박이 747 비행기를 통해 풍요를 공수해 주리라, 대박을 내려 주리라, 믿슙니다!  

***

보드리야르에게 현대인의 소비는 소비인 동시에 파괴다. 자동차와 휴대폰이 불과 몇 년을 못 넘기는 것은 '최신'에 대한 강박적 집착이다. 사물은 생산과 동시에 구식이 되고, 낭비된다. 가장 큰 낭비는 미국에서, 최신 무기들에서 이루어진다. 생산되자마자 '구식이 된' 네이팜탄과 미사일들은 실제 전쟁과는 별 관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 베트남과 이라크전의 본질은 게릴라전이다 - 과잉 소비되고 있다.

스탈린체제 하의 관료들은 직장 근처의 아파트를 포함한 일체의 필수품을 제공받았다. 그들에게는 시골별장(다차)도 '필수품'이었다. 하지만, 다차는 어느덧 일상적 필수품을 넘어 위엄과 상징적 가치를 지닌, 욕망의 대상이 되었다. 즉, 실제로 관료들에게 필수적인 것은, (직장 근처의 아파트가 아니라) 다차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권력은 (눈에 띄지 않는) 일상적인 필수품이었다. 권력은 보이지 않았음에도 제대로 굴러갔다. 이명박이 들어서자, 다시 권력은 (다차처럼) 위엄과 상징적 가치를 지녀야만 하는 것으로 됐다.

고소영 1%들에게 '풍요'는 사물이 '충분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성을 넘어서서 '너무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그런 낭비는, (자본주의의 부작용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 내에 존재하는 결핍에 눈감을 수 있게 만들고"… 또… 현재의 사회가 "매우 풍요로운 사회임"을 암시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봇대 '뽑는 것'과 같은, 삽질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이명박에게 권력의 낭비, 과잉은 꼭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뭔가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 권력이 낭비되어야 사회에 존재하는 불신과 분열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들에 눈 감게 만들 수 있다. 묻지마들에게 노무현이 '무능'하게 보였던 것은, 참여정부 때는 현실을 은폐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그 권력이 과잉 낭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박정희가 유능해 뵈는 것은, 필시 권력을 과잉 소비했기 때문이다.

권력낭비는 노무현이 들어서면서 사라졌다. 대신 노무현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까지 항상 권력과 거리를 두어왔던 사람들은 당황했다. 그래서 결국 이명박이라는 과잉권력을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예의 전통적 원근법이 부활됐다. 노무현의 '혼란스런' 시대는 가고 권력과 복종 사이에 '익숙한 방식'이 복원됐다.

이명박 같은 권력은 촉각(대화)이 아니라 시각(일방적 전달)을 통해 지배한다. 그 시각은 언제나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가까워지면 권력이 빤해 보여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성벽을 보라. 바라보는 자와 바라봄을 당하는 자 사이가 이렇게 떨어진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권력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의 엄한 분리를 전제로 한다.

***

보드리야르는 말했다.

"왜 사람들은 뉴욕에 살고자 하는 걸까? 그 사람들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도 없는 데 말이다… (그 이유는)… 함께 무리지어 다님으로써 그들 사이에 흐르는 짜릿한 '내적 전류'(흥분?)… 중심(주류?)에 가까이 있고, 함께 무리지어 다니는 거대한 흐름의 일원이라는 엑스터시… 때문이다."

엑스터시. 참여정부 5년간을 지배한, 뉴타운에 열광케 했고 '관습헌법'을 창조해냈던, 그리고 가짜 '갱제 대통령'을 기어코 만들어낸 그 심리다.

뉴욕이나 서울이나 거대도시는 상징적 권력이다. (노무현이 시도했던) 이것의 해체는 기존의 중심 권력 - 또는 익숙한 권력현상 - 을 잃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엑스터시가 끊기면 금단현상이 따른다. 전에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할 말, "낭비적 권력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분산시키자. 권력에 의지하지도 두려워도 말고 상식과 원칙하에 자신의 판단 따라 행동하자"는 노무현의 말에, 사람들은 꽁무니 빼고 (모든 것을 잘 알아서 해줄 것 같은, '능력 있어 뵈는') 권력 뒤로 숨었다.

아니면 단순하게 생각해, 사람들은 조중동이 절묘하게 따옴표 한 '극단적 말'들 때문에 노무현을 '못 믿을 과격주의자' 쯤으로 '오해'했는지도 모른다. 그게 정답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이 몰랐던 게 있다. 이명박류가 버젓이 대통령 노릇을 하는 우리나라의 정치 꼬락서니를 봐서는, "극단적인 과장보다 더 진실한 것은 없다"는 아도르노의 유명한 명제가 분명히 옳다는 것 말이다.


ⓒ 초모룽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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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myungee.tistory.com BlogIcon 명이~♬ 2008/11/03 18:23 address edit & delete reply

    백작님~ 주말 잘 보내셨어욤???

    가짜리얼리티, 조중동이 찍어낸 가상현실에 사람들이 공감했다는 이야기.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 여기저기서 너무 많이 받습니다.
    안타깝죠. 어찌해야 좋을까 이런 생각이 들지만, 할수 있는거라고는 아직 4년뒤를 기약하며
    절대 기억하고 있겠다!! 하는 그런 결심정도라서 안타까워요.

    그래서 백작님이 멋지신듯~!!
    세상이 흉흉하지만, 그래도 우리 힘내야 하겠죵? ^^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 Favicon of http://mozzin.tistory.com BlogIcon 멋진백작 2008/11/03 23:15 address edit & delete

      이 정부가 하도 뻘짓을 해대니
      그 허덥잖은 짓을 글로 쓰는 것도 귀찮아져요.
      그래서 다른 논객들의 좋은 글들 읽고 있지요. ^^;;

      명이님의 밝은 블로그만큼 세상이 좋아졌으면 합니다.
      보람있는 날들 보내시고요~. ^^

  2. Favicon of http://kokoya22.tistory.com BlogIcon 임자언니 2008/11/04 02:47 address edit & delete reply

    여기는 감옥이 아니다, 뉴욕이다는 말이 더 감옥같이 느껴지는데요^^;;

    • Favicon of http://mozzin.tistory.com BlogIcon 멋진백작 2008/11/04 07:37 address edit & delete

      이 말은 피부에 바로 와 닿죠...

      여기는 명박산성으로 둘러싸인 감옥이 아니다.
      서울이다... -_-

  3. 너구리한마리 2010/03/22 22:01 address edit & delete reply

    와 글 잘쓰셨네요. ^^

    • Favicon of http://mozzin.tistory.com BlogIcon 멋진백작 2010/03/23 16:59 address edit & delete

      정치포털 서프라이즈에 평소 설득력있는 글을 잘 쓰시는 초모룽마님이 쓰신 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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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가톨릭)의 발전과 '절망'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에 대한 이번 인사는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든 교회 내부에서 오만해진 교회 지도층이 신자들의 열망을 드러내놓고 무시하며 수구적 행태를 보인 것...

평신도들의 일희일비가 한국천주교(가톨릭) 망친다.

지금 한국천주교의 문제는 교회 상층부의 수구화이다. 상층부의 의도대로 진급시켜 배속한 수구적 신부들과 매일같이 들락 거리는 수구인사들 때문에 교구청이 가라앉은 표시가...

검찰, 아고라 논객 미네르바 체포

Daum 아고라가 마약이라도 된다고 판단한 것일까? 서울중앙지검의 '마약조직범죄수사부'에서 논객 미네르바를 체포하였다고 한다. 허위사실유포라고 하는데, 강만수의 발표보다...

[여대생사망설] 또랑에든소 최모씨, 징역 10월 실형 선고

소문대로 떡찰·떡검과 떡판이 목에 힘주는 세상이 된 것인가? 한나라당이 앞세운 이 정권들어 헌법의 삼권분립 정신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는...

한나라당이 앞세운 먹튀 바지사장의 언론장악, 언론악법 입법 반대

민주주의, 언론, 민생을 저해하는 이명박(mb) 악법을 반대합니다. 한나라당이 10년간의 민주정부를 눈뜨고는 못 보겠다며 세를 모으고 세를 만들어...

광복회 건국훈장 반납 결의로 본 임시정부

이 정권은 헌법정신도 망각한 반국가단체인가? 문화체육관광부와 건국60주년기념사업회의 의뢰로 뉴라이트 단체인 '교과서포럼' 소속 교수 등이 집필한 '건국 60년...

표지석, 남북간 민감한 오해 없애려 했을 수도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 기념식수를 하고 나중에 설치한 표지석, 처음 가지고 간 250kg 대형 표지석(위)은 북한이 너무 크다고 문제 삼아 다시 돌아오게.....

백두대간의 맥을 끊겠다고?

백두대간 맥 끊고 백제, 신라로 갈라 어이없는 짓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에 배 다닐 곳이 없어 떼돈 들여 운하를 건설하겠다는 것인가? 운하라니 무슨 말인가?.....

농심라면서 또 이물질 발견, 열받은 30대 자동차로 공장 돌진

2008년 내내 탈많던 농심이 마지막날까지 뉴스의 초점이 됐다. 경남 언양에 사는 30대 남자 김모씨, 끓인 농심라면에서 프라스틱 나오자...

삼양식품 주식 상종가 당연하다.

삼양식품 발전 국민의 승리 인간중심 경영으로 꾸준한 성장..조선일보의 여론호도..삼양식품의 인기가 줄기는 커녕 격려와 함께 인간중심 경영에 대한 미담이 줄을 잇고...


■ 절대 잊지 않겠다.

TV팟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입으로 말했다. 한나라당과 박근혜도 진실을 알고 있다. 이명박의 여비서의 진술 2009.02.05 'BBK 사건'...

정권의 부당한 촛불탄압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정소송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폭력경찰의 부당한 인권침해를 처벌하고...

선거법위반죄 징역 1년 6개월, 범인도피죄 징역 1년 합해 검찰, 2년 6개월 징역형 구형, 대법원은 두 죄를 모두 인정, 벌금 700만원 확정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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